기자수첩/사설 오피니언

[기자수첩] 누가 불의에 침묵하는가?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전 목사는 올 초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 출마할 당시만 해도,
교계 내에서 가장 주목을 받던 인물이었지만,
최근 MBC의 ‘스트레이트’ 보도가 나간 이후에는,
전 국민이 주목하는 유명인이 됐다.

이번 보도에 등장한 전 목사의 행태는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자신이 한 말을 손바닥 뒤집듯 부정하는 그의 모습에 국민들은 경악했고, 분노했다.

그리고 이 분노는 전 목사 개인을 넘어 ‘한기총’으로, 이제는 한국교회 전체로 확산되어, 기독교에 대한 국민적 불신으로 번져가고 있다. 국민들은 지금 한국교회를 향해 종교로서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다. 그들이 목도한 전 목사의 모습에서는 한국교회가 그토록 말하던 예수님의 사랑과 자비, 성경의 정의와 포용은 도무지 찾을래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국민적 공분에 한국교회는 억울함이 가득하다. 사실상 전 목사는 목회자란 이름 외에 ‘극보수 정치인’으로서 삶을 택한 지 오래된 인물로 정치적 색채가 가득한 그의 목회를 한국교회 전체로 일반화 하는 것은 엄연한 여론의 오류이기 때문이다.

허나 한국교회 역시 억울함을 토로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것은 전 목사는 일개 개인의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전 목사는 현재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계 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대표회장이다. 지금은 분열되어 그 영향력이 줄었다고는 하나, 지난 30여년간 한국교회를 이끌어 ‘한기총’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정부와 사회 앞에 한국교회를 대표하고 있다.

전광훈 목사는 목회자이면서 정치인이며, 현 ‘한기총’의 대표회장이다. 극단적 정치 이념을 갖고, 공식 석상에서 막말과 폭언을 일삼으며, 거짓을 늘어놓는 이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면, 여론이 이를 한국교회 전체의 모습으로 호도한다 해도 그 또한 받아들여야 되는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기총’과 한국교회는 생각해야 한다. 전광훈 목사가 이토록 교회와 사회를 어지럽게 하는 동안 과연 무엇을 했는가? 국민들은 금번 MBC의 보도를 통해 전 목사의 극단적 행태를 목도했지만, 교계와 목회자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를 인지하고 있지 않았나?
한국교회는 그동안 전 목사의 막말과 거짓에 부단히도 침묵해 왔다. 특히 한기총은 지난 대표회장 선거에서 전광훈 목사를 향한 수많은 의혹과 거짓을 목도하면서도 선거를 강행했고, 대표회장으로 뽑아주기까지 했다.

백석대신 서울동노회에서 발급한 소속 증명 서류를 놓고, 대신 서울동노회의 확인증이라고 농락하는 전 목사에 대해 선관위도 총회원도 모두 침묵했다. ‘한기총’과 정치 정당인 기독당이 MOU를 맺는 초유의 사태에 동조했으며, 3.1절에는 현 대통령의 탄핵 대회를 함께 하기도 했다.

한때 한국교회를 이끌었던 증경들은 지금 이 순간도 누구보다 든든한 우군으로 전 목사의 정치적 행보에 가장 큰 힘이 되어 주고 있다.

지금 전 목사로 인해 쏟아지는 국민적 비난 앞에 한국교회 누구도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들이 불의에 동조하지 않았다면, 거짓에 침묵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이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 누가 한국교회를 바로 잡을 것인가? 또다시 누군가 총대를 메길 기다리며, 침묵할 것인가? 종로5가를 휘감은 거짓과 위선의 그림자는 결국 한국교회가 감추고 있는 또 하나의 얼굴일지도 모른다.

■ 차진태/교회연합신문